『간첩시체 첫신고,또 민간인이…』…軍 경계강화 『구멍』

  • 입력 1998년 7월 12일 19시 45분


동해안을 북한 공작원들이 ‘안방’처럼 드나들게 해도 되는 것인가.

해상경계나 해안 초소경계가 너무 허술해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96년9월 강릉 잠수함은 택시운전사가 발견했다. 지난달 속초 잠수정은 어망에 걸린 것을 어민이 신고했다. 이번에는 해변 모래밭에 밀려온 것을 주민이 군경에 알렸다.

강릉 침투 후 생포된 이광수씨(33) 말마따나 동해안을 ‘안방 드나들 듯’해도 육해군은 속수무책일 뿐 어쩌다 우연히 민간인에 의해 발각됐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강릉 동해시는 해군1함대사령부가 있는 곳으로 아군 함정이 빈번하게 움직이고 육군의 해안경계도 다른 지역보다 차별화된 곳이다. 동해안 지역 중에서도 군사적으로 가장 요충지인 것이다.

이같은 곳에서조차 무장간첩의 침투를 허용한다면 동해안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은 과거 국민의 이목을 끈 북한의 침투행위가 있을 때마다 강한 어조로 북한에 경고를 보내는 한편 문제점을 보완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국민에게 천명했다.

천용택(千容宅)국방부장관은 지난달 29일 속초 잠수정사건과 관련해 담화문을 발표, “군은 금번 작전을 종합적으로 평가 분석해 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잇단 사건들은 우리 군의 ‘뒷북치기 안보’라는 약점을 말해준다.

군은 강릉 무장간첩사건 이후 육군의 해안초소가 잠수함이 침투한 지역을 관찰하기 힘든 사각지대를 갖고 있고 소형 선박이나 잠수함을 감시할 저고도 레이더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한다고 했다.

하지만 속초 잠수정사건이 일어나자 군은 북한이 잠수함보다 규모가 작고 탐지가 어려운 잠수정을 이용해 공작원을 침투시킨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러면서 “동해의 물속 한난류 교차가 세계적으로 특이해 음향탐지에 한계가 있고 미군에 자문해도 마찬가지 답변”이라는 설명도 했다.

군 수뇌부가 북한의 침투행태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갖추고 각종 감시장비와 이를 통한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대응이 되지 않는다면 동해안은 계속 ‘북한의 안방’이 될 가능성이 높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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