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강충식·姜忠植)는 13일 한보그룹 계열인 ㈜동아시아가스가 러시아의 천연가스개발회사인 루시아석유회사에 투자했던 주식지분 27.5% 중 20%(9백만주)를 러시아 시단코사에 5천7백90만달러(약8백10억원)에 팔면서 이중계약서를 만들어 2천5백20만달러(약 3백50억원)에 판 것처럼 속여 차액 3천2백70만달러를 스위스은행 계좌를 통해 해외로 빼돌린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은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혐의로 동아시아가스 전규정(田圭正)사장과 임종인(林鍾仁)기획부장을 구속기소하고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의 4남으로 이 회사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던 정한근(鄭瀚根)그룹부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
검찰은 동아시아가스가 국내로 들여온 2천5백20만달러 중 2천4백70만달러를 투자해 남미 에콰도르 석유광권(鑛權)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전사장과 임부장이 김을수(金乙洙)부사장 및 이필원(李弼元)상무와 공모해 비자금 5백만달러를 조성, 홍콩은행에 숨긴 사실을 밝혀내고 이상무를 구속기소했으며 해외체류중인 김부사장을 수배했다.
검찰은 정총회장의 개입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보그룹이 부도사태에 따른 세금체납 등으로 동아시아가스 지분을 국세청 등에 압류당해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정부회장은 스위스로 빼돌린 외화 중 2천2백30만달러를 자신이 말레이시아에 세운 서류상의 회사에 입금시킨 뒤 다시 해외투자자금으로 위장, 국내로 들여와 동아시아가스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지키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