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노트]이영이/「경제도사」의 한숨

  • 입력 1998년 7월 17일 19시 44분


얼마전 남편의 명예퇴직으로 목돈을 쥐게 된 한 선배의 하소연.

“금리가 1,2%는 더 오를 것 같아 은행에 돈을 넣지 않고 머뭇거렸는데 금리가 이렇게 떨어질줄 누가 알았겠니. 앉아서 수백만원 까먹은 거지. 게다가 이자소득세까지 24.2%로 올린다잖아. 차라리 부동산이나 사둘까.”

평소 재테크라곤 ‘재’자도 몰랐던 그는 어느새 그날의 금리 환율은 물론 각 은행의 자기자본비율까지 줄줄 외우는 ‘경제도사’가 돼있었다. 집값은 어느 동네가 얼마나 올랐고 어느 회사 아파트분양 때 몇명 몰렸다더라는 설명에는 아예 입이 벌어졌다.

남편 퇴직금을 ‘생명줄’로 삼아야 하는 그가 경제현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맞은 지 7개월 남짓. 너나 없이 월급 깎이고 해고당하는 모진 풍상을 겪으면서 어느새 모두들 경제전문가가 돼버렸다.

어디에 가든 대화는 경제에서 시작해 경제로 끝난다. 어느 상점 물건이 몇% 싸다는 쇼핑정보부터 IMF상황이 끝나려면 몇년 걸릴 것이라는 경기전망까지.

경제정보를 얻으려는 노력도 필사적이다. 신문의 경제면만큼은 샅샅이읽고PC통신이나인터넷을 수시로 검색하며 ‘가장 경제적인 행동’을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그 많은 ‘경제전문가’중 앞날을 말하는 이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오늘 쏟아져 나온 경제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욀 수 있지만 내일이나 모레 무슨 일이 일어날지 혼란스러워 할 뿐이다.

요즘같은 혼돈기에는 오늘의 가장 현명한 행동이 내일이면 엄청난 손해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정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기보다는 좀 더 먼 곳을 바라보며 내일을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다.

이영이<정보산업부>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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