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왜 우리동네에…』 주민반대로 무산된 노숙자센터

  • 입력 1998년 7월 22일 19시 03분


22일 서울 용산구 청파1동. 폐가(廢家)처럼 흉물스럽게 서 있는 2층 가옥앞 골목 어귀에 주민 10여명이 평상을 깔고 앉아 있었다.

이들은 사회복지재단 ‘사랑의 전화’가 추진중인 ‘노숙자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센터’의 공사 진행을 방해하기 위해 나온 주민들.

‘사랑의 전화’는 4월 2억3천만원에 이곳의 부도난 봉제공장과 계약을 하고 실직한 노숙자들에게 취업교육과 심리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센터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조를 짜 골목 어귀로 나와 공사 관계자들의 출입을 막았고 최근에는 아예 골목 입구에 철문과 철조망까지 설치했다. 또 노숙자들이 몰려올 것에 대비, 철문앞에 대형 앰프와 사이렌도 가져다 놓았다.

‘사랑의 전화’는 13일 “의료센터 등 주민복지를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주민 공청회를 열었지만 “무조건 반대”를 연호하는 주민들의 소란으로 공청회 자체가 무산됐다.

또 구청장과 시구의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섰지만 도움은 커녕 격려의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

결국 주민들의 압박을 견디다 못한 건물주가 24일로 예정된 중도금을 받지 않고 계약금 2천만원과 공사 선수금 7백만원을 돌려주겠다고 22일 ‘사랑의 전화’측에 통보했다.

골목 어귀에 모여있다 이 사실을 전달받은 이들은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며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자꾸 국가가 노숙자들을 도와주니까그 사람들이 계속 집을 나오는 거에요. 밥 한끼 얻어 먹으려고 줄을 서고…, 그런 사람들을 자꾸 도와줘서 어쩌자는 겁니까. 정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시 외곽에다가 건물을 지어서 집어넣든지 해야지 동네 한복판에다가 나 원 참….”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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