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 청천동 부평4공단 내에 있는 ㈜동양인더스트리. 플라스틱 컵과 접시, 요구르트 용기 등의 원료를 만드는 이 회사는 원래 효성그룹의 계열사인 효성T&C의 한 사업분야였다.
그러나 IMF체제로 인한 경제난으로 그룹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이 사업부는 구조조정 1순위로 선정됐다. 업종 자체가 중소기업에 적합한 것인데다가 불황을 많이 타는 분야였기 때문. 더구나 대기업에 속해있어 다른 경쟁 중소업체에 비해 임금과 보너스가 상대적으로 높고 복지혜택 등 간접비용이 많이 들어 경쟁력이 약해진 상태였다.
그룹측은 처음에는 동종 업체에 이 사업부를 매각할 방침을 세웠다. 현금 일시불로 사겠다는 인수업체들이 3,4군데나 있었다.
당시 사업부 부장이었던 최영철(崔暎澈·47)현 동양인더스트리사장은 “사업부가 다른 업체에 매각되면 23명의 직원 대부분이 틀림없이 정리해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직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한 끝에 아예 사업부를 직원들이 자체 인수해 독립 회사로 만들자는 묘안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룹측도 직원들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일시불로 매각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는 당장 손해가 나더라도 직원들을 정리해고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사업부 직원들과 그룹측은 협상에 들어갔다. 우선 기존 공장의 기계값 3억9천만원 중 계약금 1억원만 내고 나머지는 매년 나누어 갚기로 했다. 그룹측은 또 공장부지도 주위 공단업체에 비해 절반정도에 빌려주기로 했다. 영업권은 새 회사에 양도하고 공장에 있던 원자재는 쓰는 양 만큼 어음을 끊어 4∼6개월 후에 갚기로 했다. 직원들은 퇴직금과 그동안 부어오던 적금을 털어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노사 모두가 만족한 상태에서 동양인더스트리는 이달 1일 정식 법인으로 독립했다.
최사장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임금을 전보다 30%이상 줄였지만 정리해고의 위험에서 벗어난 직원들이 한번 해보자는 의욕에 충만해 자정까지 근무가 기본”이라며 “새로운 페트병 라벨 등 신제품개발로 불황을 뚫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T&C 가공사업부 유진영(柳眞永·54)부장은 “회사측도 기대반 우려반으로 지켜보고 있지만 노사 모두가 만족하는 구조조정이라는 점에서 첫걸음은 잘 내디딘 셈”이라며 “동양인더스트리가 성공하면 같은 방식의 구조조정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