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나타난 일자리 불안과 소득감소를 절약과 저축으로 방어하는 양상이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3월 가계의 최종소비지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10.5% 감소했다.
2차 오일쇼크로 국내 경제가 휘청거렸던 80년 10∼12월의 소비감소율 3.1%를 훨씬 웃도는 사상 최대의 소비위축이다.
▼소득은 줄고 저축은 는다〓소비지출 양상을 도시근로자 가계에 국한해 보면 소비위축 정도를 금세 알 수 있다.
올 1∼3월중 도시근로자가계의 소득감소율은 2.8%, 소비감소율은 8.8%. 허리띠를 졸라매 모은 돈을 저축통장에 차곡차곡 쌓고 있다.
가구당 월평균 저축금액은 64만8천원으로 작년 10∼12월 55만5천원에 비해 10만원 가까이 늘어났다.
▼서민이 더 줄인다〓도시근로자 가계를 하위소득계층과 상위소득계층으로 구분해보면 하위계층의 소비지출이 훨씬 더 줄었다.
상류층은 근로소득이 줄어들더라도 금융소득 등 부대수입으로 소비를 덜 줄였으나 서민층은 긴축 이외에는 별다른 대응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과시소비 급감〓고급승용차 대형냉장고 외제가구 골프용품 등 이른바 과시적 품목의 지출이 현격히 감소했다.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해외 여행객도 줄었다. 올들어 5월까지 스키장과 골프장 입장객수는 전년동기에 비해 각각 45%, 17% 감소했다.
▼가계소비 왜 주나〓근로소득이 줄어들고 주식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치마저 하락했다. 외환위기 이후 신용경색현상이 심화하면서 금융기관에서 돈꾸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졌다.
올 1∼3월중 은행의 가계대출총액은 약 2조4천억원 감소했으며 대출금리는 연 20%까지 치솟았다.
경제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에서 소비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소비위축 이대로 좋은가〓국내총생산(GDP)에서 52.6%의 비중을 차지하는 가계소비는 경기변동의 완충역할을 한다.
IMF체제이후 가계소비가 GDP보다 더 큰폭으로 감소하면서 경기하강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
한은은 “소비부진이 장기화하면 기업생산활동 위축→가계소득감소→소비부진 심화의 악순환이 우려된다”며 “미래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건전한 소비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모든 부문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