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홍두표/관광산업으로 경제활로 찾자

  • 입력 1998년 7월 30일 19시 26분


곳곳에 엄청난 기상 이변이 일고 있다. 폭설과 폭우, 산불과 한발이 속출하여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경제가 최근 겪는 변화도 이런 기상이변을 보는 듯하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인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어둡고 긴 터널에서 서광을 비출 수 있는 산업의 하나가 관광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규모 외수시장이 가까이에 있다. 관광상품 개발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도 않다. 고유한 전통문화와 수려한 자연경관에다 친절과 청결 질서 등 정성이 깃들인 서비스를 담아 훌륭한 상품으로 포장할 수 있다.

관광산업은 외화가득률이 높다. 순전히 남는 산업이다. 또한 유입된 자금이 가계와 소매업에 바로 분배되어 빠른 소득승수 효과를 유발하는 종합 서비스 산업이기에 자금회전을 활성화시킨다. 나아가 각 분야에 미치는 고용효과도 상당하다. 96년 기준으로 해외에서 4백23억달러를 지출한 일본이 바로 곁에 있는 이점도 충분히 살릴 수 있다.

한국 상품의 경쟁력 구조를 보면 중공업의 경우 후발 개도국에 추월당하고 있고 첨단 기술산업은 선진국에 뒤떨어지고 있다. 즉 수출시장에서 양면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관광분야는 그렇지 않다. 시장이 더 넓게 열리고 있으며 일본 중국 러시아까지 확대할 수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 95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국내 총생산액은 14조2천6백76억원. 국내총생산(GDP)대비 4.05%로 건설업 다음으로 제2의 산업이며 석유화학이나 전자산업을 앞지르고 있다. 그러나 GDP대비 4.05%는 일본의 9.6%, 오스트리아의 15.3%, 캐나다의 20.4% 등에 비해 크게 낮은 비율이다. 관광산업의 고용비율도 9.9%로 세계 평균 12%에 못 미친다.

경제기적을 이룬 우리나라지만 관광산업은 여전히 사치 향락산업으로 간주되어 각종 규제를 받아왔고 정부 차원의 지원도 적었다. 심지어 세계 각국에서 그 가치를 인정하고 경쟁적으로 관광외화 수입을 벌어들이려는 시대에도 우리는 시야를 넓히지 못했다. 요컨대 전세계에 크게 불고 있는 레저산업의 메가트렌드를 타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아니 지금이 호기(好機)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경제정책도 21세기 첨단산업인 관광산업에 역점을 두는 방향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슘페터의 말대로 부가가치의 새로운 창출이 곧 혁신(Renovation)이다. 한국적인 것을 바로 세우고 가치를 부여해서 해외시장에 세일즈하는 혁신을 시도해 보자.

이를 위해 초등학교에서부터 관광교육을 실시하면 어떨까. 한국적인 것, 향토적인 것의 진가와 상품화 가치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다. 또한 관광공사 지방자치단체 업계가 참여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관광상품 개발 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관광진흥전략기획단’을 운영하면서 상품의 개발 홍보 투자 등의 기획과 조정기능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했으면 한다. 대통령도 관광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관광산업 육성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홍두표(한국관광공사 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