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수사 진행 어떻게?]「전방위」물증위주 장기전될듯

  • 입력 1998년 8월 3일 19시 24분


검찰의 정치권 사정수사 기류가 청와대의 사정의지 표명 이후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어 그 수위과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지검이 3일 청구사건과 관련해 민주계 핵심인사인 홍인길(洪仁吉·전청와대 총무수석비서관)전의원을 5일 소환조사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서울지검도 경성그룹사건과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한컴산)사건에 연루된 정치인을 수사할 방침을 밝혔다.

검찰이 구체적인 청탁비리와 관련된 정치인에 대한 수사방침을 밝힌 것은 김대중(金大中)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검찰은 정치인이 거론될 때마다 “대가성 없는 정치자금을 검찰이 수사한 적이 없다”거나 “물증을 찾을 때까지 계속 수사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다.

이같은 원칙론이 ‘사정의지 미흡’으로 국민에게 비치고 그 결과 김대통령의 지도력에 의문을 품는 여론이 일자 검찰의 태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은 휴가중인 지난주 출근해 경성그룹비리수사를 질책하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사정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대검 이명재(李明載)중앙수사부장도 이번주로 예정됐던 휴가를 연기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정치인 사정에 대한 검찰 분위기에 대해 “청와대에서 (정치권 사정에 대해) 이야기하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며 “정치인 비리가 확인되면 모든 것을 공개하고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각 지검 지청도 (정치인에 대해) 조금씩은 수사하고 있다”고 말해 정치인 사정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이 정치권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면서 ‘물증수사’원칙을 지키고 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기본적으로 검찰 간부들은 정치권 수사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과거 정치권 수사가 ‘표적수사’논란을 불러일으켜 부작용만 낳고 검찰에 대한 신뢰만 실추시킨 선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영삼(金泳三)정부에서와 같이 검찰이 일방적인 진술을 근거로 정치인을 소환, 자백을 얻어내는 ‘쥐어짜기식 수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은 정치인 사정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당이 주도권을 잡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누구든지 혐의가 드러나면 사법처리 하겠다”고 밝혀 여당 정치인들도 상당수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있음을 비췄다.

검찰의 정치권 사정의 성과는 다소 더디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상당기간 수사해 온 청구사건외에는 당장 소환할 정치인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성사건 한컴산사건에서 거론되는 정치인에 대해 로비를 벌인 당사자의 진술마저도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

또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개인휴대통신(PCS)사업권과 종금사인허가사건은 주요 피의자인 이석채(李錫采)전정보통신부장관 이환균(李桓均)전재경원차관이 해외로 도피한 상태여서 수사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들 사건에 대해서는 사실상 재수사를 해야할 입장이어서 고민중이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