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시간40여분 전에 기상악화로 착륙을 포기하고 제주공항으로 회항했다가 다시 돌아온 뒤라 승객들의 얼굴에는 일순 불안감이 스쳐갔다.
불안감은 곧 현실로 다가왔다. 흔들리던 기체는 활주로에 내린 뒤 약 1,2분간을 계속해서 미끄러졌다. 이어 기장이 급브레이크를 밟은 듯 ‘끼익’하는 소리가 약 30초간 이어졌고 승객들 사이에서는 비명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급브레이크를 밟은 뒤에도 계속 미끄러지던 기체는 바로 앞의 경비행기 격납고에 부딪히기 직전에 급커브를 돌며 가까스로 격납고를 비켜가 충돌을 피했다. 이지나씨(31·여)는 “활주로에서 미끄러지는 도중 격납고를 피하기 위해 급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는 바람에 심하게 흔들렸다”고 말했다.
곧이어 기체가 앞으로 쏠리며 실내등이 모두 꺼져 기내는 암흑으로 바뀌자 일부 승객은 울음을 터뜨렸다.
기체 내에 연기가 가득 차기 시작하고 호흡곤란증상이 나타났다. 엔진타는 냄새가 나기도 했다. 승객들이 서둘러 산소마스크를 착용했다. 승객들은 승무원들의 안내를 따라 비상용 슬라이더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체 앞부분의 슬라이더 쪽으로 승객들이 몰리면서 혼잡해지기 시작했다. 탑승객 노수홍씨(37)는 “기체 뒷부분의 슬라이더가 작동을 안해 사람들이 앞쪽으로만 몰리면서 혼잡해졌다”고 말했다.
〈이원홍·하태원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