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살인폭우」 142명 사망실종…이재민 5만여명

  • 입력 1998년 8월 6일 19시 30분


하늘이라도 뚫린 듯 밤새 퍼부은 폭우가 서울 경기지역에 물난리를 몰고 왔다. 도로 철도는 물론 주택과 상가 공장까지 황톳물에 잠겼고 사망 실종자가 속출했다. 수마(水魔)가 휩쓴 곳곳에 가재도구와 차량이 널려있어 전란의 상처를 방불케 했다.

5일 밤부터 6일 오전까지 서울과 강화 의정부 남양주 등 경기지역에 최고 6백여㎜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오후 6시 현재 73명이 사망하고 69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를 냈으며 이재민만도 5만여명이 생겼다.

희생자중에는 경계근무중 발생한 산사태로 인한 매몰과 불어난 급류에 희생된 군인 12명(실종자 3명 포함)이 포함됐다.

지난달 29일부터 6일까지 일주일 동안 서울에 내린 4백36㎜의 비도 연평균 강수량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5,6일 내린 비는 △동두천 3백54 △인제 2백1 △서울 1백78 △인천 1백59 △춘천 1백40㎜ 등이었다.

특히 강화에는 5일밤부터 6일 오전 7시까지 1904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하루 최고강수량인 6백19㎜의 비가 내려 5명이 숨졌다. 이번에 이틀 동안 강화에 내린 비는 연간 강수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날 오전까지 수도권에 집중호우를 뿌린 비구름대는 오후 들면서 남쪽으로 이동해 충청과 영호남지방에 최고 90㎜의 폭우를 쏟아부었으며 주말까지 큰 비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화 동두천 파주 포천 의정부 등 수도권에서는 농경지 1만6천여㏊와 건물 1만2천여동이 침수됐고 이들 지역에서 서울로 통하는 도로와 철도가 불통됐다. 오후 4시 현재까지 경원선과 경의선 등 5개 철도의 운행이 일부 또는 전면 중단됐다.

전날에 이어 기록적인 기습폭우를 맞은 서울은 지하철 7호선과 동부간선도로가 오후 늦게까지 끊겼고 지하철 3호선, 국철, 북한산길 등 수십 곳의 철로 도로도 통제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범람위기를 맞은 서울 중랑천 주변 주택가는 하수구를 따라 하천물이 역류하는 바람에 1천여가구가 물에 잠겼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