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출퇴근하는 3만여명의 시민들이 대부분 출근을 포기하거나 의정부와 회룡역 등지에서 전철로를 따라 서울시내의 도봉산역까지 12㎞를 걸어 출근했다.
삽시간에 ‘물의 도시’베니스처럼 변한 의정부 시내 교통도 거의 두절됐었다. 특히 전철을 사이에 두고 나눠진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는 연결도로가 모두 물에 잠겨 하루종일 교통지옥을 방불케 했다.
의정부시는 중랑천변 인근 의정부3동, 신천1동, 호원동 일대 아파트와 일반주택은 대부분 1층까지 물에 잠겨 피해가 컸다. 또 대부분의 도로는 중랑천 지천에서 넘친 물이 빠지면서 흙탕으로 뒤덮였다.
신영조(申榮祖·48·호원동 두산아파트)씨는 “오전 4시경 관리실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와 나가보니 이미 지하실이 모두 물에 잠기고 가슴까지 물이 차 인근 산으로 피했다”고 말했다. 전기와 가스가 끊기자 이 일대 슈퍼마켓 등에는 라면 등을 사려는 주민들이 한때 북새통.
의정부시에서 가장 피해를 크게 본 곳은 가능3동 안골유원지 입구. 이곳 계곡변에 있던 30여가구의 판자촌은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이 집을 덮치는 바람에 완파 또는 반파됐다.
이곳에 살던 조연숙(趙蓮淑·38·여)씨는 “새벽에 ‘물 들어온다’는 소리에 놀라 가재도구를 하나도 챙기지 못한채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계곡 옆 빌라 지하에 사는 안현섭(安賢燮·35)씨는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방안에 물이 차 빠져나가기 위해 유리창을 깨고 나왔다”며 “딸이 나오는 과정에서 유리에 찔려 50바늘을 꿰맸다”고 당시 긴급했던 상황을 전했다.
안골유원지 입구에는 물에 쓸려내려가 파손된 차량 1백여대가 도로변에 그대로 방치돼있었고 한우 한마리가 상류에서 떠내려오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은 마을 위 산자락에 상수도 가압장과 3번국도 우회도로를 만들면서 파헤쳐놓고 방치해둔 흙과 나무가 흘러내리면서 계곡을 막아 피해가 더욱 커졌다며 천재 반에 인재 반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