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帝 징용희생자 명부 국내 첫 발견…14일 일반공개

  • 입력 1998년 8월 9일 20시 27분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됐다 숨진 한국인 희생자 명단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 명단은 광복 직후 우리 정부가 작성한 ‘근로 동원 사망자 명부’로 징용 희생자 2백13명의 이름과 사망일시 장소 등 관련 내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정부기록보존소(소장 김선영·金善永)는 서고에 소장중인 이 희생자 명부를 찾아내 그 내용을 확인하고 9일 공개했다. 정부기록보존소에 징용 사망자 명부가 소장되어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실물을 확인하거나 기록 내용이 검토된 적은 없었다.

일제가 작성한 징용 희생자 명단이 일본에서 발견된 경우는 있지만 국내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 이 명부는 비록 희생자 중 일부분의 명단이기는 하지만 일제 치하에서의 강제 징용의 실상과 피해 정도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료로 희생자 피해보상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일본이 아니라 우리 정부가 작성한 명부라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 명부는 희생자를 출신지역별로 구분해 각 희생자의 사망일자 사망장소 소속 신분 유가족 본적 유해상태(뼈인지 머리카락인지에 관한 내용) 등을 기록해 놓았다.

사망일자를 보면 1943년부터 광복 직전인 45년8월초까지로 되어 있고 사망장소는 도쿄(東京) 후쿠오카(福岡) 등 일본지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태평양 등. 지역별로는 경기 5명, 충북 6명, 충남 19명, 전북 8명, 전남 25명, 경북 30명, 경남 44명, 강원 6명, 제주 3명, 황해 10명, 평북 8명, 평남 15명, 함북 5명, 함남 29명이고 서울 출신은 없다.

정부기록보존소는 14일부터 정부 대전청사 국가기록전시관에서 열리는 ‘기록으로 보는 대한민국 50년전’을 통해 이 명부를 일반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대전〓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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