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예방 소홀 ▼
자연재해든 인위적 재난이든 사전 예방에 들어가는 돈이 사후 복구비용보다 훨씬 적게 든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상식을 무시해 피해를 늘린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재해대책 부문에 예산을 투자하기 보다는 ‘우선 먹기는 곶감이달다’는 식으로 눈에 띄는 실적에 우선 예산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국가 또는 지방 단위의 방재대책은 5차 방재기본계획(97∼2001년)에 따라 추진되고 시행토록 돼 있다. 문제는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방재기본계획을 극소수 공무원에게 맡겨 형식적으로 작성한다는 점.
대부분의 홍수피해가 준용하천과 비법정하천 등 지천(支川)에서 발생하는데도 홍수대책은 건설교통부가 관리하는 직할하천 위주여서 이들 지천이 재해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 대처능력 부족 ▼
각종 재난발생시 인근 주민을 안전한 지역으로 신속하게 대피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이런 기본 수칙은 무시되기 일쑤다.
전국에 설치된 경보사이렌은 8백24개로 16개 시도와 37개 시군 단말망에 연결돼 있다. 그러나 이번에 수해가 컸던 지역의 경우 재해대책본부로부터 뒤늦게 연락받아 침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나서야 주민들이 대피하기 시작했다.
서울의 인명피해 18명 중 12명이 급경사나 절개지 주변인 강북구 우이동, 은평구 진관외동, 서대문구 홍은3동, 성북구 정릉4동에서 축대붕괴나 산사태로 생긴 것도 대피지시가 늦었기 때문이었다.
▼ 사후수습 혼선 ▼
재해대책과 구호는 행정자치부, 수자원 공급은 건설교통부, 상수도와 수질은 환경부, 농업용수는 농림부가 맡고 있다.
부처마다 고유기능이 다르니 업무가 나뉘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비상시 중앙부처간, 또 중앙과 지방자치단체간 협조 및 연락체계가 원활하지 못해 수습체계가 우왕좌왕 뒤죽박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 및 지방 공무원, 소방대, 군과 경찰, 민간 자원봉사자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통합지휘본부가 가동되지 않기 때문.
11일 송추계곡에서 복구작업을 벌이던 소방대원들은 “전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조원철(趙元喆)국립방재연구소장은 “방재 재난 소방업무를 일원화하고 국가안전관리시스템 구축작업을 예정보다 앞당겨야 하며 시민의 방재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상근·정위용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