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분야의 경우 일반인의 43.6%가 박정희정부를 ‘가장 잘했던 정부’로 꼽았다. 여론선도층도 박정희정부에 김영삼(金泳三)정부와 똑같은 점수(10점 만점에 4.5점)를 매겨 두 정부를 정치분야 공동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유신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을 꾀하는 등 대표적인 비민주정권이었던 박정희정부가 정치분야 공헌도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아이러니다. 여론선도층조사에서도 공동 1위에 오른 것은 더욱 충격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 그에 대한 향수가 작용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작용한 것인지 분석감이다.
고려대 김호진(金浩鎭·정치학)노동대학원장은 “박정희시대는 민주주의가 실종되고 오로지 효율성만 추구한 시기였다”면서 “정치의 식물화현상을 초래하는 등 고비용 저효율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현정치권에 대한 냉소감이 왜곡돼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두환(全斗煥)정부는 일반인과 여론선도층 양쪽에서 ‘경제분야 2위’에 올라 경제발전 공헌도에서는 상당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과 여론선도층간 평가가 가장 엇갈렸던 정부는 장면(張勉)정부였다. 일반인은 장면정부를 경제분야 정치분야 양쪽에서 성적을 꼴찌로 매겼다. 제대로 된 정책도 펴보기 전에 5·16쿠데타에 의해 힘없이 무너졌던 정권 탓인지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약체정권’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여론선도층은 경제분야 꼴찌는 김영삼정부를, 정치분야 꼴찌는 전두환정부를 꼽았다.
정치분야와 경제분야를 합한 역대 정부의 점수 순위는 박정희정부(12.8점) 전두환정부(9.8) 이승만정부(8.1) 노태우정부(7.9) 장면정부(7.8) 김영삼정부(7.1)순이었다.
여론선도층만을 대상으로 김대중(金大中)정부가 앞으로 받게 될 ‘예상점수’를 물어본 결과 경제분야에서는 6.2점으로 2위인 전두환정부와 동률을 이뤘고 정치분야에서는 6.0점으로 제일 높았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