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4일 무기한 휴업에 들어감으로써 조업중단사태는 장기화되고 경제적 손실도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현대자동차는 물론 수많은 협력업체들과 울산지역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경제난에 따른 대기업의 첫번째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처럼 휘청거리는데 대해 외국 언론조차 한국경제 구조조정의 ‘시금석’으로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역시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량실업의 ‘예봉’을 꺾겠다는 자세여서 타협의 여지는 좁기만 하다.
▼ 우려와 전망
국가적 경제난 극복과 기업 구조조정의 시금석이 될 정리해고 문제가 현대자동차 사태로 난관에 부닥치자 업계에서는 “국가경제는 물론 대외 신인도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재계는 노사가 전향적인 해결의지를 갖고 임해야 하며 정부도 팔장만 끼고 볼일이 아니라 적극 개입해야 현대자동차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2천8백여 협력업체 모임인 ‘협동회’ 이상일(李相一·61)회장은 눈덩이처럼 늘어가는 협력업체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선조업 후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자동차시트 제조업체인 영수물산 송경빈(宋敬彬·71)회장은 13일 오후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정상화 촉구 궐기대회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을 내부적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협력업체들에게 고통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상공회의소 고원준(高源駿)회장은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불가피한 선택으로 1차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해 법률로 통과된 구조조정안이 산업현장에서 적용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경제회복은 영원히 어렵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에서는 “노사가 자율적인 협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일이 중요하다”며 “공권력 투입 등 물리적인 방법은 또다른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회사내 농성자가 1천5백여명으로 비교적 많은데다 농성자 가운데 어린이와 부녀자 등 가족들도 적지 않아 공권력 투입시기와 방법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검경은 공권력을 투입하기 전 일단 부녀자와 어린이를 회사 밖으로 내보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 발단 및 과정
현대자동차 사태는 인원감축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 계획서를 회사측이 4월 23일 노조에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회사측은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희망퇴직과 무급휴직 등의 방법으로 전체 임직원(4만5천여명)의 22.6%인 1만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특히 지난달 31일에는 희망퇴직 등을 신청하지 않은 채 버티던 1천5백38명을 정리해고했다. 이후 노사는 전 직원 여름휴가가 끝난 10일부터 12일까지 막판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회사측은 이 협상에서 정리해고 대상자 가운데 60%(9백23명)는 희망퇴직이나 2년간 무급휴직으로, 나머지 40%(6백15명)는 정리해고 하겠다는 최종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2천6백87억원의 임금삭감안을 제시한 노조측은 “정리해고 만큼은 철회돼야 한다”며 정리해고 대상자 전원에게 6개월의 유급 순환휴가를 실시하는 안을 고수했다.
〈울산〓정재락·석동빈기자〉jr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