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은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리해고가 법제화된 뒤 민간부문에선 처음 대규모 해고작업을 시작했고 이것이 외국투자자나 다른 기업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할 때 어떤 경우에도 노조가 요구하는 ‘정리해고 전면철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는 이번에 밀리면 제2 제3의 정리해고가 잇따를 것이고 다른 민간기업 노조도 맥없이 무너질 것이 뻔하다고 판단, 민주노총 등과 연계해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단 한명이라도 정리해고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
노사 양측이 정부 여당의 중재를 외면하고 있는 것도 이처럼 입장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정리해고를 인정하느냐, 않느냐 하는 마지막 선택만 남았을 뿐 ‘정리해고 최소화’는 협상카드가 될 수 없다는 게 노사 기본입장이다.회사회사측의 정리해고 논리는 자동차 산업 위축에 따른 경영위기에서 출발한다. 올들어 공장 가동률이 40%선으로 떨어져 2만여명의 여유인력이 발생했기 때문에 노사정위원회가 합의한 정리해고를 단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회사측은 올들어 6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으로 8천여명이 회사를 떠났지만 아직도 여유인력이 많다고 판단, 최종적으로 1천5백38명을 정리해고 대상자로 분류, 노조에 통보했다. 그 후 회사측은 노사협상 과정에서 이 가운데 60%는 희망퇴직 등으로 처리하고 40%(6백15명)만 정리해고하겠다는 최종안을 제시했다.
노조가 인건비 2천6백억원을 자진 삭감하겠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회사측은 “노조가 받지 않겠다는 돈은 휴가비와 잔업수당, 지난해 지급하지 못한 성과급 등으로 경영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어차피 지급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노조노조측은 인건비 절감을 통한 경영정상화가 정리해고의 목적이라면 노사공동의 고통분담을 통해 얼마든지 정리해고를 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또 “이미 희망퇴직과 무급휴직 등의 방법으로 8천여명이 회사를 떠나 실질적인 정리해고가 이뤄졌다”며 “장기간 공장문을 닫아가면서까지 몇백명을 더 정리해고하겠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와함께 당초 회사측이 정리해고하겠다고 밝힌 1천5백38명에 대해 6개월 순환휴가제를 도입하면 고용을 유지하면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중재안정부와 여당의 중재안은 ‘정리해고 최소화’로 집약된다.
16일 안영수(安榮秀)노동부차관을 시작으로 이기호(李起浩)노동부장관, 국민회의 노사지원특위(위원장 노무현·盧武鉉)위원 등이 각각 현대자동차 노사대표를 만나 회사측에는 정리해고 최소화를, 노조측에는 정리해고 부분수용을 설득했다.
본격적으로 민간부문의 구조조정을 추진해 경제회생을 꾀하려는 정부로서는 현대자동차측에 정리해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할 수 없는 입장이고 따라서 중재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재계·외국시각재계는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金榮培)상무는 “노사정 합의로 마련한 정리해고 원칙이 노조의 반발로 관철되지 못한다면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용환(李龍煥)상무는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투자를 유보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일제히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CNN 등 외국 언론도 시시각각 변하는 노사협의와 정부의 중재, 경찰력투입 가능성 등을 분석하고 있다.
국제금융가의 시각을 대표하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지는 최근 현대자동차 사태를 보도하면서 “한국이 다시 성장하려면 외국인 투자가 절실하다”며 “그러나 잉여 노동인력의 정리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외국인들은 한국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올 상반기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작년 상반기보다 30%가량 줄었다”며 “이는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에 투자하더라도 구조조정이나 인력감축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희성기자·울산〓정재락기자〉jr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