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판사로서, 그리고 변호사로서 피고인들의 인사를 받았던 그가 푸른 수의(囚衣)에 하얀 고무신 차림으로 피고인석에 선 것이다.
그는 경찰등에게 수임료의 일정액을 주고 형사사건을 알선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8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자의든 타의든 법조계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의정부지원사건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 변호사법 위반혐의에 무죄가 선고된 그의 1심 판결은 공식항의가 오고갈 정도로 검찰과 법원간에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는 항소심 첫 공판인 이날 여러차례 억울함을 호소했다. 수사기관과 언론 등에서 자신의 잘못을 ‘과대포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변호인 반대신문을 통해 “‘인생이 통째로 망가졌다’는 좌절감을 느낀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검찰과 재판장은 “사건 소개비가 변호사업계의 관행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피고인의 형사사건 수임이 관내에서 유달리 많은 이유는 무엇이냐”고 캐물었다.
그는 “그런 것(소개비와 사건수임수 관계)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었다. 남들 따라 했을 뿐이다. 관행을 의식없이 따라 한 것을 반성하고 있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이날 법정에는 치열한 공방도, 준엄한 꾸짖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법정안의 ‘법조인’ 모두가 맥이 빠져 있는 듯했다.
방학을 맞아 재판을 구경온 예닐곱명의 남녀 중학생들만이 존경받는 법조인에서 초라한 피고인으로 전락한 이변호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열심히 뭔가를 메모하고 있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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