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배경에는 ‘정리해고’를 통한 노동 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시대적 과제로 설정했던 정부와 국민회의측이 ‘노조의 정리해고 수용’을 전제로 회사측 양보를 종용한데 있다.
거기에 현대측도 최근 성명서를 발표한 경제5단체 등 재계의 대정부 압력 등을 빌려 나름대로 배수진을 치고 ‘손실’을 극소화하자는 전략을 구사해 막판 진통이 거듭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로서는 노조가 정리해고를 일부 수용하는 대가로 너무 많은 반대급부를 줄 경우 실제적인 비용절감효과가 없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측은 국민회의 중재안 발표 직후 “중재안은 노조의 정리해고 수용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회사측에는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도록 강요했다”며 반발했다.
실제로 국민회의 중재단의 노무현(盧武鉉)단장도 “노조가 정리해고만 수용하면 사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믿고 중재단도 친노조 성향의 인사들로 구성했고 중재활동도 노조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라며 회사의 반발을 어느정도 수긍했다.
노단장은 또 23일 “중재안이 나온 뒤 경제단체의 반발 성명이 발표되면서 회사측의 입장은 경직됐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요지부동이었다”고 회사측의 협상태도를 비난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의 일부 중역은 “중재안을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정리해고를 철회하는 게 낫다”고 말한 것도 “정리해고를 관철시킨 대가가 너무 혹독하다”는 경제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국민회의 중재안 가운데 회사측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고소 고발,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 여부.
회사측은 “파업기간중 폭력을 행사한 사람에게 고소 고발을 취하해줄 경우 파업과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으며 회사 정상화 이후 관리체계가 무너진다”며 고소 고발 등을 취하해 줄 것을 요구한 중재안을 거부했다.
경제5단체도 중재안 발표 직후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고소 고발 등의 취하에 대해 강도높게 비난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더이상 버티기작전으로 일관할 경우 “회사측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거세질 것을 우려해 이기호(李起浩)노동장관이 제시한 중재안을 전격 수용할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울산〓정재락기자〉jr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