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고 했던가. 풀은 더 자라지 않아 벌초를 하고, 젖은 책과 옷은 바람에 쐬는 ‘포쇄’의 계절.
이 즈음 농촌에선 백중(百中)의 호미씻기도 얼추 끝나,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라 했건만, 올해는 수해 뒤치다꺼리에 눈코 뜰 새 없을 듯. 대체로 맑음. 아침 20∼24도, 낮 28∼31도.
이제, 순금으로 부서지는 햇살은 천지에 피를 돌게 하고, 아침마다 낯을 씻는 풀잎들은 더욱 옷깃을 여밀 터인데…, 그리하여 나무들은 그 풍성한 잎새들을 털어 바람마다 노래를 잉태할 터인데…, 그 고단한 여름을 떠내보내며 시인(이기철)은 이리 노래한다. 가을의 ‘순결에는 아직도 눈물의 체온이 배어있다….’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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