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 처리를 정리해고 정착 여부의 잣대로 삼았던 재계로서는 현대자동차의 ‘상처만 남은’ 모습을 본 마당에 갖가지 진통이 우려되는 정리해고를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4일 “정리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된 만큼 정리해고를 제외한 다양한 고용조정 기법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주요 대기업 노무 인사담당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고 밝혀 재계의 이같은 기류를 반영했다. 앞으로 고용 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희망퇴직 분사(分社) 임금삭감 무급휴가 등 정리해고가 아닌 다른 방식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최근 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방식은 인력의 ‘자연 감소 효과’를 불러오는 분사(EBO:Employee Buyout). 올해 분사를 통해 현대전자의 5개 사업부를 분리하면서 ‘잡음 없는’ 고용조정 효과를 봤던 현대그룹은 현대정공 공작기계부문의 분사를 추진하는 등 앞으로도 분사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 LG그룹도 5개 사업부를 성공적으로 분사한 LG산전의 뒤를 이어 타 계열사로 분사가 확산되고 있다.
대량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다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는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에서 AS센터의 분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비롯, 분사와 유사한 ‘창업 지원 퇴직’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희망퇴직도 여전히 큰 주류로 맥을 이어갈 전망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꾸준히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다. LG의 노무담당 관계자는 “이번 현대자동차 사태를 계기로 정리해고보다는 희망퇴직쪽에 더 무게 중심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금삭감도 유력한 방식 가운데 하나. 대우그룹은 김우중(金宇中)회장의 ‘정리해고 자제론’에 따라 대우자동차의 경우 2000년까지 정리해고를 미뤘으나 급여 동결과 복지비 축소를 통한 실질임금 삭감쪽을 택했다. 대우중공업의 경우도 잉여 인력 10%를 퇴진시키는 대신 임금을 일부 삭감하는 방안을 노조측과 협의중.
‘고용 승계 조건부 사업매각’ 방식도 눈에 띈다. 현대전자의 DVD롬 사업부가 이 방식으로 미국 업체에 매각됐다. 현대는 현대정보기술 전자 출판 사업부문 등에도 이 방식을 활용할 방침이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