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동현/경회루 지붕 전면 보수할때

  • 입력 1998년 8월 25일 19시 26분


경복궁 경회루의 용마루 일부가 사상 초유의 집중폭우로 붕괴된 일은 실로 가슴 아프다. 국보인 경회루가 개축된 것은 1867년이니 1백31년 전이다. 우리나라 목조건축은 통계상 1백∼1백50년만에 지붕을 전면 보수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따라서 경회루도 이제 보수를 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건물 내부로 비가 들이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용마루는 건조물 맨 꼭대기의 구조물로 지붕의 척추에 해당하는 만큼 풍우피해도 가장 많이 받는다. 사고 후 정밀조사를 해보니 용마루는 전통기법 그대로 만들어져 있었다. 착고(着高)라 불리는 기와 위에 적새기와를 약 1.4m 쌓아 올리고 그 양쪽에 세겹으로 바른 벽을 둘렀다. 집중폭우로 벽체와 적새기와 틈에 물이 들어가 박리(剝離)현상이 일어난데다 벽체 밑부분이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용마루가 넘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는 이번에 경회루 용마루를 살펴보면서 새삼스레 조상의 슬기로움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인이 만들어낸 구조물이 1백30년은커녕 30년도 안되어 붕괴되거나 혹은 위험해져 철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흙과 기와만으로 만들어진 전통건조물이 이만큼 오랜 풍상을 견뎌온 것을 보며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게 된다.

이번 기회에 경회루 지붕에 대한 전면 보수가 이루어져 경회루가 앞으로도 수백년 동안 풍상을 견디며 자손들에게 민족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상징물로 남았으면 한다.

김동현 (문화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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