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 파주시의 한 화훼농장에서는 앳된 얼굴의 여중생 8명이 수해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이들은 고양시 동산동에 있는 고아원인 신애원(원장 이온순·李溫順·83·여)소속 원생들.
부모의 따뜻한 품안이 그리울 법한 이들에게는 그러나 ‘그늘 한 점’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아라고 항상 받기만 해서는 안되죠. 저희는 95년부터 이웃돕기에 나섰어요.”
우모양(16·중3)은 96년 이웃 양로원에서 했던 위문공연 등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산 꽃보다 죽은 게 훨씬 많아요. 이렇게 예쁜 꽃들이 ‘씻지 못해’ 시들어갈 줄 알았으면 좀더 빨리 왔을텐데….”
이들은 진흙범벅이 돼버린 꽃을 닦으며 땀을 훔쳤다.
“이달초 우리 50명이 한달 용돈을 털어 수해성금을 모았어요. 선생님들도 동참해 모금액이 1백23만5천원이나 됐죠.”
“원장 어머니는 80세가 넘으셨는데도 ‘엄마’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세요.”
이들의 꾸밈없는 행동에 함께 일하던 안산시의 주부 봉사요원들도 간간이 웃음을 터뜨렸다.
한 주부는 “고아들이라 어두울거라 지레 짐작했었는데 구김살은커녕 정상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더 밝고 따뜻한 아이들인 것을 알게 됐다”며 기뻐하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방학에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나선 것이 더욱 기특하다”고 말했다. 이 주부들은 현장에서 원생들을 계속 돕기로 뜻을 모으고 곧 신애원측과 자매결연을 하기로 했다.
이원장은 “원생과 직원들이 지난 열흘 동안 라면으로 저녁식사를 대신하고 있다”면서 “모은 쌀로 수재민돕기에 나선 ‘우리 아이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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