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첫날인 27일 서울 청담동 Y고등학교 학생들은 슬픔과 배신감 분노 등이 뒤범벅된 표정이었다. 수천만원대 고액 족집게 과외사건에 Y고가 연루됐다는 보도가 있었기 때문.
이미 아침부터 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 선생님들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이 믿어지지 않는 표정이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반응을 살폈지만 선생님들은 묵묵부답.
“너희들은 신경쓰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 그런 데 신경쓰는 놈들은 바보야 바보.”
한 선생님의 질타에 웅성거림은 멈췄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현실적인’ 염려를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결국 돈이 많아서 과외받은 애들은 선생님한테 잘보였을거 아니에요. 그럼 내신도 잘맞았을거구요….”
“선생님이 사라는 참고서 다 샀어요. 지금까지 선생님 시키는대로 했는데….”
참고서만 1백여권이라는 정모군(17). 평소 모범생으로 꼽히며 ‘선생님 말씀 잘 듣기’로 유명한 정군도 심한 배신감을 느낀 듯 했다. 한창 예민할 나이의 학생들에게는 단지 몇몇 선생님의 잘못이 모든 선생님들의 잘못인 양 느껴지는 듯 했다.
어떤 학생은 “선생님들이 싫어졌다”고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방학동안 고민이 많아서 평소 존경하던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고싶었는데 오늘은 왠지 발걸음이 안떨어진다”는 학생도 있었다.
오직 ‘공부’라는 가치관에 짓눌렸던 학생들에게 ‘수천만원의 돈’과 ‘우리 선생님’이 관련된 고액과외사건은 너무 큰 충격을 안겨준 듯했다.
“나도 몇천만원짜리 과외하면 당장 서울대 가겠다.”
한 학생의 비아냥거림이 씁쓸하게 울렸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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