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하루 앞둔 31일 서울대 문화관 교수 퇴임식장. 30여년간의 교수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대를 떠나는 20여명의 퇴직교수들은 부총장의 송별사에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고액과외사건으로 이날 총장직을 마감한 선우중호(鮮于仲皓)총장은 나오지 못했다.
정든 강단을 떠나는 교수들은 ‘총장없는 퇴임식’을 바라보며 시종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퇴임교수들을 대표해 연단에 선 인문대 이병한(李炳漢)교수는 퇴임사에서 “구조조정 문제 등 모교가 잇단 구설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에 학교를 떠나게 돼 안타까움이 더하다”며 울먹여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참석 교수들은 “서울대 발전에 많은 공헌을 남겼고 학문적으로도 커다란 업적을 남긴 노교수들이 떠나는 자리에 총장이 함께 하지 못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퇴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선우총장은 이날 오후 2시 학장단과 만나 “서울대 개혁이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두들 애써달라”고 당부하고 이임식도 없이 직원들과 고별인사를 나눈 뒤 쓸쓸히 교정을 빠져나갔다.
명예롭게 교정을 떠나는 선배교수들을 축하해주지 못한 채 학교문을 나서는 선우총장. 애써 웃음을 지으며 직원들에게 마지막으로 악수를 청하는 그를 바라보던 직원들은 한결같이 어두운 표정이었다. 행사장에 참석한 인문대 유평근(兪平根)학장은 “서울대는 수많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그때마다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면서 “지금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교수와 학생들이 서울대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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