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총장의 부인 한모씨(56)를 비롯해 고액과외사건에 연루된 대부분의 부인들이 경찰조사에서 “남편 몰래 한 일”이라고 진술하면서 남편들은 “혹시 우리집도…” 하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
대부분의 남편들은 선우총장처럼 자녀들이 과외를 받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는 상태. 부인들이 자녀의 과외사실을 숨기고 있는데다 말을 해도 액수를 속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3 아들을 둔 대기업 상무 김모씨(49·서울 강남구 역삼동)도 하루에 몇번씩 “우린 저런 일 없지?”라며 부인에게 확인을 한다. 김씨는 “우리 아이들은 밤 늦게까지 학원만 다닌다”는 부인의 대답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나도 모르는 과외사건에 걸려들면 한평생 쌓아온 내 업적과 가정이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솔직히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고2 딸을 둔 공무원 전모씨(50·서울 강남구 일원동)는 아내를 다그쳐 집안 저금통장을 모두 확인했다. 평소 돈문제를 아내에게 일임했던 전씨는 “한번도 아내를 의심해 본적은 없지만 ‘자식사랑’이라는 덫에는 누구나 걸릴 수 있어 통장을 조사해 봤다”고 말했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의 나원형(羅源亨·39)대표는 “40, 50대의 경우 주부들이 남편의 반대가 두려워 가정의 문제를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어떤 문제든지 남편과 솔직히 의논하는 가족문화가 형성돼야만 이런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