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수사착수 배경-전망]「野탄압」역공 우려

  • 입력 1998년 9월 1일 19시 34분


검찰이 야당인 한나라당의 대선자금에 대해 정면으로 수사에 나선 것은 검찰이 ‘정치권 사정을 통한 정치개혁’의 목표를 향해 우회하지 않고 지름길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정치개혁을 위해 검찰권을 행사하려면 모든 정치인 비리의 ‘원죄’라고 할 수 있는 대선자금비리 수사부터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대선자금을 개정된 정치자금법으로 처벌하고 나면 나머지 국회의원의 개별 비리에 대한 사법처리도 정치개혁이라는 측면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여기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이 야당의 정치탄압 주장과 형평성 시비. 벌써부터 한나라당은 검찰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비자금사건 수사 당시 “정치자금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며 김대통령을 무혐의처리한 것을 근거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일부 국민도 “선거에서 이긴 여당도 대선자금에서 자유롭지 않은데”라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낸다.

검찰은 필연적으로 제기될 이같은 문제에 대해 개정된 정치자금법을 묘책으로 생각해냈다.

지난해 11월 여야합의로 개정된 정치자금법 제6조 2항은 후원회원이 아닌 사람이 익명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때는 1회 1백만원 이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때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개정된 정치자금법이 발효되기 이전의 정치자금 관련 비리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대신 그 이후에 발생한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엄벌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야당 대선자금에 대한 전면수사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대한 사법처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선자금에 대한 전면수사로 이어져 이총재에게까지 형사책임을 물을 경우 정치개혁의 목표를 달성하기보다는 정치탄압이라는 ‘역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총재의 ‘심복’들만 처벌함으로써 이총재에게 도덕적 정치적 타격을 주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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