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타율’에 의한 개혁이다보니 여러 면에서 무리가 따랐다. 서울대 내부에 개혁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서로 입장이 다른 단과대학 사이에 갈등과 마찰이 끊이질 않았다. 교육부는 오는 15일까지 최종안을 내놓지 않으면 1천5백억원의 내년도 대학원 중심대학 육성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며 서울대측을 압박했다.
마감시한에 쫓기고 안팎의 압력을 받으며 만들어진 이번 방안은 실제로 졸속에 머물 우려가 높다. 대학원 중심대학의 핵심사항인 전문대학원 문제는 당초 의학 법학 경영 등 3개 대학원을 설립하려다 의학대학원 하나만 세우는 것으로 축소돼 ‘반쪽 개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대학원은 학부에서 여러 전공을 이수한 학생들이 진학함으로써 연구기능을 확충하고 학문교류에 기여하기 위한 필수적인 체제라는 평가다.
이번 방안 중 음대와 미대를 제외한 학부대학의 계열을 인문계와 자연계 2개에서 5개로 늘린 것은 기초학문의 붕괴를 우려한 것이지만 대학입학 후 의학대학원이나 법학 경영 등 인기전공에 집중되는 과열경쟁과 부작용이 여전히 해결과제로 남는다. 이런 학부제 방식이라면 그동안 여러 차례 시도했다가 번번이 실패한 계열별 모집과 큰 차이가 없다.
서울대 개혁의 목적은 입시 과열을 막아 ‘서울대 병’을 고치는 것과 서울대의 기본 골격을 국제추세에 맞게 바꾸는 것으로 압축된다. 하지만 이번 방안은 서울대 학생들에게 전공선택 기회를 넓혀 줄지는 몰라도 ‘서울대 병’의 치유에는 미흡하다. 또 기본 틀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개혁이 이뤄져 개혁안이라기보다 ‘단과대 타협안’의 성격이 강하다.
서울대 개혁은 다른 명문대의 개혁작업과도 맞물려 있다. 대학 구조조정은 국민이 낸 세금에서 수조원이 지원되는 국가적 사업이기 때문에 단순히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대 개혁이 시한에 쫓겨 졸속에 머물고 만다면 국가예산 낭비는 물론 모처럼의 교육개혁 기회를 무산시키는 결과가 되고 만다. 서울대는 지원금에 연연하지 말고 시간을 갖고 제대로 된 개혁을 이끌어내야 한다. 교육부도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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