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들은 갑자기 키가 큰 나무처럼 내용면에서 부실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특히 대학들이 백화점식으로 여러 학과를 거느리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취약점이다. 이런 대학들은 도토리 키재기처럼 어느 하나도 특출난 부분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마치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이 지니는 한계와 흡사하다. 대학마다 의과대학을 가지려다 공급과잉과 중복투자를 초래, 서로 발목을 잡고만 것도 부작용의 하나다.
▼그 대학들이 요즘 구조조정을 한다며 법석을 떨고 있지만 성과는 없어 보인다. 대학의 기본 틀을 바꾸는 획기적 개혁이 필요한데도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경제쪽에서 ‘1등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구호가 설득력을 지니듯 대학도 이제 간판 분야를 갖지 못하면 생존하기 힘든 시대에 돌입했다. 이른바 대학의 특성화 문제다.
▼최근 제주지역 3개 전문대가 유사학과를 맞교환하는 ‘빅딜’을 성사시킨 것은 이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비슷한 학과의 인력 장비 등을 한곳에 집중시킴으로써 연구 및 학문전수기능과 대외인지도를 높이는 시너지효과를 노린 것이다. 지금 지방대들은 수도권 대학의 위세에 눌려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형편이다. 이번 사례는 지방대가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하나의 개혁모델이 될 것이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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