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이미 드러난 임채주(林采柱)전청장과 이석희(李碩熙)전차장 단 둘이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고는 믿지 않는 눈치다.
국세청은 겉으로는 “전임 청장과 차장이 개인적으로 꾸민 일이며 국세청 조직이 동원됐을 리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검찰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7월 금품수수 업무부당처리 등의 이유로 퇴직한 4급 이상 간부 1백5명 중에는 이전차장과 함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를 지원한 1,2명이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상 업무에 바쁜 청장과 차장이 모금 대상기업을 선정하고 연락해 돈을 거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전차장이 모금대상을 선정한 국내 1백대 기업의 명단은 국세청에서 납세자의 세금탈루 성실납세를 조사하는 조사국이 관리하고 있다.
이 자료는 전국 7개 지방청 조사국이 갖고 있어 검찰은 이전차장이 누군가 내부 인물의 도움을 얻어 명단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전차장이 직접 은행지점을 찾아가 수개의 가명계좌를 개설하고 돈의 입출금을 관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전차장이 미국으로 도피한 상태에서 계좌추적만으로는 사건전모를 밝히기 힘들다고 보고 국세청 내부의 주요 공모자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일단 국가기관인 국세청의 위신 등을 고려해 주요 공모자만을 참고인 또는 피의자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용욱(成鎔旭)전국세청장도 87년 대선 당시 세무조사 면제 및 무마의 대가로 11개 기업으로부터 54억원의 대선자금을 모금했지만 검찰은 성전청장만을 처벌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른바 ‘세풍’(稅風)에 대한 엄단 의지를 밝힌 바 있어 국세청은 그야말로 ‘숨을 죽이고 있는’분위기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