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기업 사세요』 工大교수들 세일즈 나서

  • 입력 1998년 9월 9일 19시 42분


대학교수들이 ‘부도기업 세일즈’에 나선다. 창고에서 녹슬고 있거나 외국기업 등에 고철값으로 팔리는 부도기업의 자산과 장비에 대해 제값을 받아주고 국가적 자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서울대 등 전국 1백여 대학 1천6백50명의 공대교수들로 구성된 ‘대학산업기술지원단(UNITEF)’은 IMF사태 이후 급증하고 있는 부도 기업의 자산이 제대로 관리 평가받지 못한 채 팔리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달말부터 대규모 실사단을 구성해 관리와 평가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기업들이 보유자산을 담보로 융자를 받은 뒤 부도를 낼 경우 현재 정부출자기관인 성업공사에서 이들 자산을 압류해 관리하고 있지만 부실관리로 인해 첨단 수입장비조차 ‘고철’값에 팔리고 있는 실정.

기술지원단 주승기 (朱承其·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단장은 “10조원에 달하는 부도기업의 자산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헐값에 팔리고 있어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교수들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부도기업의 설비 등을 적절히 관리하고 자산목록을 작성해 공개하면 제값받기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지원단은 이를 위해 이달 중순 전국 1백개 대학을 8개 권역으로 분류하고 대학별로 교수 2,3명과 5,6명의 학생들로 짜여진 조사팀을 구성한다.

각 조사팀은 성업공사측과 협조해 부도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계와 장비 등의 목록을 만들고 각 장비들의 사용가치, 용도, 적정 판매가 등을 심사한 뒤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공개할 계획이다.

부도기업이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의 조사팀이 작업을 맡게 되며 필요할 경우에는 인근 대학의 지원을 받게 된다.

이들은 또 현재 관리인력 등의 부족으로 방치돼 있는 부도공장의 기계설비를 대학의 장비와 기술을 동원해 정기적으로 손질하고 자산가치를 유지하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창업을 하거나 새로 기계를 구입해야 하는 국내외 회사들은 기술지원단이 공개한 정보를 활용해 비용부담이 적은 중고기계를 구입할 수 있게 되며 성업공사도 고철값이 아닌 적절한 가격을 받고 설비를 처분할 수 있게 돼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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