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제 그들은 서울역에서 기쁨과 서글픔이 뒤섞인 또다른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말로만 듣던 ‘홈리스 베이비’를.
계부밑에서 자라는 설움이 싫어 서울역으로 도망쳐와 신문을 팔던 박정문씨(35)와 천애고아로 자란 홍성호씨(22)가 94년 처음 마주 친 곳이 서울역이었다.
이후 두 부부는 피혁공장 돼지농장 등 남들이 피하는 곳에서 열심히 일해 모은 돈으로 96년에 강서구 염창동에 방두칸짜리 전셋집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난해 경기가 나빠지면서 박씨는 한달에 2백40만원씩 받고 일하던 중국식당에서 등을 떼밀려 쫓겨나왔다.
그해 10월 남편을 만나러 서울역을 찾았던 홍씨가 태어난지 두달밖에 안된 둘째아들 진영이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화장실에 가는 동안 잠시 아이를 맡아주기로 했던 사람이 아이를 데리고 사라진 것.
넋이 빠진 박씨부부는 전세값 1천5백만원을 다 빼 수천장의 전단을 만들고 전국의 고아원과 아동복지단체를 다 돌아다녔지만 끝내 아이를 찾을 수 없었다.
돈도 다 날리고 돌아갈 집도, 일자리도 없었던 박씨부부는 큰아들 진우(4)와 함께 올초부터 9개월째 서울역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
“임신을 한 것을 알고는 아이를 뗄 생각도 했죠. 하지만 하느님이 잃어버린 아이 대신 주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해산일이 다가오면서 모성본능으로 예민해져 잠도 못자고 먹지도 않는 아내를 달래는 박씨의 손등위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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