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여야 절충설」 발끈…『정치인 수사 법대로』

  • 입력 1998년 9월 15일 20시 01분


경색정국 타개를 위한 여야간 막후타협으로 검찰의 정치권 사정(司正)수사가 흐지부지될 것처럼 알려지자 검찰이 발끈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이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을 불구속기소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기정사실화’되자 검찰은 사전영장 청구설을 흘리며 ‘저항’하고 있다. 한 수사관계자는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말로 검찰을 판단하지 말라. 검찰은 검찰이고 정치는 정치”라고 잘라 말했다.

검찰은 서의원의 신병처리 문제에 대해 15일까지 “이미 구속된 임채주(林采柱)전국세청장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을 동원한 대선자금 불법모금이라는 ‘희대의 세도(稅盜)’사건을 배후조종한 서의원을 구속하지 않으면 누가 검찰수사에 승복하겠느냐는 논리다.

개인비리 의원에 대한 신병처리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 현역의원이 수억원을 받았더라도 모두 불구속기소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지만 4천만원을 받은 국민회의 정대철(鄭大哲)부총재를 이미 구속한 검찰로서는 ‘퇴로(退路)’가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듯 수사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원칙대로 수사하고 기소한다. 국회가 비리의원에 대해 신병처리를 동의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법대로’ 할 뿐”이라고 말한다.

서울지검이 15일 경성비리사건과 관련해 한나라당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에게 ‘돌연’ 소환장을 보낸 것도 정치권의 절충설에 대한 검찰의 반발표시로 해석되고 있다.

검찰은 “이번에도 정치권에 휘둘리면 검찰의 위상과 수사기관으로서의 공신력은 끝장”이라는 분위기다. 검찰은 새 정부 출범이후 ‘정치검찰’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汚名)을 벗기위해 노력해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검찰은 “이번은 다르다. 정말 성역없는 사정을 할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그런 와중에 정치권의 타협으로 수사가 중단된다면 검찰의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은 영원히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 검찰의 항변이다.

그러나 반발이 통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검찰이 마냥 강공으로 치고나가 정치를 무너뜨린다는 비난을 뒤집어쓸 수도 없다. 한편으로는 “총수끼리 약속한 ‘빅딜’을 계열사 임원이 뒤집을 수 있겠느냐”는 우스개같은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따라서 여야간 서로 손익분기점을 따지며 타협했듯이 검찰도 ‘반발’이라는 나름의 모양새를 갖춰가며 서서히 정치권에 겨눈 칼을 거두리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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