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뿌듯한 자긍심으로 10년 전을 회고해야 할 이날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하의 극심한 경제난과 정쟁(政爭)의 혼란 속에서 맞고 있다. 숱한 기업들의 도산, 유례없는 금융기관 퇴출, 넘쳐나는 실업자, 그러나 고통은 아직 시작일 뿐이라는 우울한 전망….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93년 수준인 7천달러대,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질지 모른다. 더구나 우리 경제가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2∼3년 뒤의 1인당 국민소득이 88년의 4천달러 수준으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서울올림픽과 함께 부풀었던 선진국 진입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착실한 성장을 거듭하던 한국경제가 88올림픽을 계기로 언젠가는 꺼질 운명의 ‘거품’시대로 들어섰다고 진단한다. 외국인들의 비아냥처럼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이다.
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李漢久)사장과 현대경제연구원 이보성(李普聖)주임연구원은 “88올림픽을 분기점으로 우리 경제는 수출보다는 소비 증가에 따른 내수시장 팽창에 의해 지탱되는 구조로 옮아갔다”고 지적한다.
86∼88년에 누렸던 3저(저유가 원화평가절하 국제저금리)호황의 열매를 소비로 탕진했다는 것.
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경제동향팀장은 “정부는 88,89년의 경제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해 자본자유화 등을 추진하면서 건전성 규제를 도외시했으며 기업들은 부채 위주의 고성장에 집착했다”며 “우리 경제의 위기는 그때부터 잉태됐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업종전문화를 외면하고 부동산투기 중복과잉투자 문어발경영을 계속했다.
때마침 민주화의 진전과 맞물려 노조의 목소리가 전례없이 커지고 임금은 제조업 명목임금을 기준으로 △88년 19.6% △89년 25.15% △90년 20.2%인상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이같은 거품 속에서 정부의 부추김까지 가세해 사치성 소비가 만연했다. 결국 기업의 과다부채와 금융기관의 부실화, 급격한 외채누증 등으로 IMF사태를 막을 빗장이 유실됐다.
한편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한 전두환(全斗煥)정권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최대의 치적으로 삼기 위해 경제논리에 의한 균형 있는 사회간접자본(SOC)투자를 소홀히 한 채 올림픽관련 투자에 매달렸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물류난과 이에 따른 산업 경쟁력약화의 한 원인이 됐다.
물론 서울올림픽이 남긴 것 가운데는 긍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경제적으로만 보더라도 한국 한국기업 한국상표를 세계에 더 널리 알리고 소련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본격화하는 계기도 됐다.
그러나 88올림픽 이후의 경제운영은 우리에게 통렬한 교훈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김영주(金榮柱)예산청 기획관리관은 “올림픽이 우리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면밀히 검토, IMF 극복은 물론이고 2002년 월드컵 개최에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