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야기/19일]설익은 은행 비에 후두두

  • 입력 1998년 9월 18일 19시 28분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 서울 구청직원들과 ‘은행 도둑’의 숨바꼭질이 한창이다. 배고픈 시민들이 부업삼아 연두빛 은행을 ‘털고’ 있기 때문. 밤을 틈타 나무 전체를 훑고 지나가는 전문털이범도 생겼다.

단속 공무원들의 고민은 가로수 열매를 따가는 시민을 단속할 만한 규정이 없다는 것. 서울시 조경시설관리 조례에 따라 가로수 가지를 부러뜨리거나 나무에 해를 입힌 사람은 나무값의 20%를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열매는 해당되지 않는다. 고민 끝에 구청들은 설익은 열매라도 미리 따두기로 했다. 매년 노인정이나 불우이웃시설로 보내던 은행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무리하게 은행을 털다가는 나무도 사람도 다치기 때문.

이번 주말엔 태풍 ‘토드’가 비바람을 몰고와 은행을 털어가겠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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