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수는 ‘제2의 건국과 국민회의의 역사적 과업’이라는 제목의 이 발제문에서 국민회의의 전국정당화를 위해 민주계와 재야인사를 집단영입해 전국적인 민주블록을 형성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16대총선에서 국민회의가 안정의석을 얻을 경우 내각제 논의가 냉각될 것”이라며 설사 내각제로 가더라도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분점하는 이원집정부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자민련이 반개혁 노선으로 선회하거나 연립정부에서 이탈할 경우에 대비해 단독으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재량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 내용이 전날 ‘민주대연합’을 부인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입장과 상충되는데다 자민련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등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자 국민회의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회의는 결국 황교수에게 삭제를 요청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