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법 제정과 국민인권위원회 설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약속해온 선거공약이었다. 김대통령은 당시 국내 인권단체들의 요구와 유엔 등 국제기구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같은 공약을 내세웠다.
현재 인권위원회를 통해 인권침해와 차별을 감시하고 구제하는 나라는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40여개국에 이른다. 미국은 인권위원회 조직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인권법에 인권침해행위와 차별행위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인권위원회를 감사원의 직무감사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조직으로 출범시켜 검찰과 경찰 안기부 감사원 등 정부기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자적인 위상을 부여했다.
또 인권위원회의 활동에 협조하지 않거나 방해하는 국가기관 및 일반 국민에 대해 형사처벌도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위원회의 실질적인 권한과 활동을 보장했다.
법무부 시안은 보완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문제점중의 하나는 인권위원회를 독립법인으로 하면서도 그 구성을 전적으로 법무부와 대통령에게 맡긴 것.‘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윤종현(尹鍾顯·변호사)사무처장은 “인권위원회의 속모습은 법무부 산하기관”이라며 “인권위원회는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구제하는 곳인데 그 구성을 국가기관이 맡으면 감시와 구제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냈다.
위원회의 기능과 권한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는 위원회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권과 국가기관에 대한 시정명령권을 주지 않았다. 법무부는 “강제수사권은 헌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강제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는 인권위원회의 조사와 결론이 100% 정확하다는 보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시정명령권도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민 인권단체에서는 “인권위원회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처럼 단순한 권고권만 가질 경우 실태 보고서나 작성하는 유명 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무부는 이같은 문제점과 반론을 의식해 10월말까지 각계 의견을 모아 수정 보완하겠다고 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들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