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영종도 영종중학교 3학년 조진영양(16)은 추석을 앞둔 30일 새벽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동생들 몰래 얼른 밖으로 나가 눈물을 쏟았다.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조양은 신공항건설공단이 마련해 준 임시 거처인 컨테이너 박스에 살고 있는 소녀가장. 그에겐 마음놓고 울 수 있는 시간조차 없었다. 네살배기 어린 남동생과 같은 학교 1학년인 여동생(13) 그리고 관절염과 고혈압으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이음전씨(71)의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양은 96년 11월 어머니가 가출하고 지난해 5월 아버지가 간암으로 세상을 뜨면서 졸지에 다섯식구 살림을 떠맡았다. 한달 생활비는 43만원.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생활보호비’ 33만원과 영종도의 한 주민이 매달 장학금으로 보내주는 10만원이 전부다.
조양은 오전 5시반만 되면 어김없이 눈을 뜬다. 다른 친구들은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지만 아침을 준비하고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자면 게으름을 피울 겨를이 없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어린 동생과 할머니의 옷가지를 빨고 집안 청소를 하다보면 언제날이 저무는지도 모른다.
어린 남동생과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의 목욕을 돕는 것도 조양의 빼놓을 수 없는 일과. 비록 가난하지만 그 때문에 손가락질 받지 않으려면 늘 주변을 깨끗이 해야 한다는 게 조양의 생각이다.
조양의 꿈은 의사. 변변한 치료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해서다. 그래서 밤12시가 넘도록 책과 씨름한다.
조양은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는데 어린 남동생이 엄마를 찾을 때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언젠가는 엄마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이번 추석에 현실로 다가왔으면 정말 더 바랄게 없겠다”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roche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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