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나라당 당직자나 후보측이 사전에 이를 보고받아 알고 있었거나 개입한 ‘배후’로 드러난다면 전쟁위험을 무릅쓴 ‘적과의 내통’에 대한 국민정서는 끓어오를 것이고 정치권에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충격파를 몰고올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검찰주변에서는 지난번 4,5월의 북풍(北風)사건이 ‘미사일급 충격’에 그쳤다면 이 사건은 ‘핵폭탄급 폭발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도 배후세력 규명에 수사의 초점을 두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1일 “수사의 중심은 밑에 손발로 뛴 사람이 더 있는지, 또 위에서 누가 지시했는지 등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의 관련자가 세사람 뿐이라는 데 대해서는 누구라도 의심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뻔히 안다. 바로 ‘윗선’ 아니겠느냐”며 “기소할 때 보자”고 말했다. 수사기밀이 샜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이같은 수사(修辭)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 특히 공안사건에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이 점을 감안하면 검찰은 이미 배후에 대한 수사를 상당히 진행했거나 결정적인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9월25일 안기부로부터 한성기씨 등 3명의 신병과 함께 수사기록 일체를 넘겨받았다. 서울지검은 이 사건에 공안1부의 고참검사 3명을 투입했다. 검찰은 송치 직후부터 거의 매일 한씨 등 사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현재 오씨와 한씨 등이 이후보의 비선조직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필요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오씨와 함께 비선조직을 만들었던 전청와대행정관 조모씨로 부터 “대선 직전 보고서를 만들어 오씨를 통해 이후보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후보의 최측근 인사가 이들과 긴밀히 연락을 취하며 이 사건에 개입한 단서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같은 내용을 수사를 다 끝낸 후 공개할 계획이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정치탄압 시비를 ‘원천 봉쇄’할 정도의 명백한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뒤 전모를 밝힌다는 것이다. 검찰은 국가보안법 사건의 경우 송치일로부터 30일간 구속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이달 20일경까지 수사를 계속한 뒤 기소하면서 사건 전모를 발표할 방침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