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안기부에 따르면 옛 안기부는 구속된 한성기(韓成基·39·진로그룹 고문)씨와 장석중(張錫重·48·㈜대호차이나 대표)씨가 지난해 12월1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측 관계자를 만난 직후 이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옛 안기부는 다른 공작원이 올린 보고를 통해 총격요청사실을 알고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당시 수사는 올해 초 북풍(北風)사건으로 구속된 이대성(李大成·56)해외조사실장이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및 안기부 관계자는 “당시 이실장은 한씨를 불러 총격요청 사실을 추궁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했으나 안기부 수뇌부가 이 사건을 덮어버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또 당시 안기부 수뇌부는 대선에서 여당이 패배해 정권이 교체되자 이 사건 수사자료를 폐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고 검찰과 안기부는 밝혔다.
그러나 당시 안기부 수뇌부가 총격요청 직후 한씨를 소환해 조사한 점으로 미뤄 수뇌부가 이 사건에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은 엷다고 검찰과 안기부는 밝혔다.
한씨와 장씨도 옛 안기부에서 조사를 받은 뒤 당시 청와대 행정관 오정은(吳靜恩·46·구속중)씨와 함께 “사건이 터지면 우리는 쌀과 비료 제공문제로 북한측 인사와 접촉했다고 말을 맞추자”며 은폐를 모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옛 안기부 수뇌부와 한씨 등을 상대로 옛 안기부가 이 사건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또 수사 및 은폐에 개입했는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