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에서는 1월 실직자쉼터인 서울 정동의 ‘다일사(다시 일어서는 사람들)’ 개소를 시작으로 현재 16군데의 오뚝이 사랑방(실직노숙자 숙소)과 다일사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사랑방에서 생활하는 이들 대부분은 IMF사태 이후 실직해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다. 구세군 사랑방 입소자중 노숙생활이 3개월 미만인 사람이 90%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들은 먹고 자면서 일할 수 있는 곳에서 근무했던 생산직 일용직 노동자와 자영업을 하다가 파산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
연령은 가장 의욕적으로 일할 나이인 30,40대가 대부분이다. 가정에서의 역할이 중요한 30,40대가 무너지면서 아동 양육을 책임지지 못해 급속한 가정해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력은 고졸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중졸이다. 이는 학력이 높고 기능도 보유한 사람들이 대량 실업의 피해자가 되어 실직 노숙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랑방 가족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본래의 직업을 찾아 일하는 것이고 안정된 숙소에서 재취업할 때까지 생활하는 것이다. 우리는 실직 노숙자가 사랑방에 들어오면 우선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배려한다. 편안한 잠자리 제공, 풍족한 식사, 자유로운 목욕, 건강진단,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대화 상담을 통해 노숙전의 정상적 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한다.
입소 1주일이 지나 사랑방에서 추천한 공공근로사업에 나가게 되면 입소직전의 모습과는 다른, 희망에 가득찬 얼굴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부터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가족과 연락하게 함으로써 가족과 함께 살아갈 희망을 갖도록 한다. 비록 지금은 가족과 함께 살 수 없지만 공공근로를 통해 받은 임금으로 가족의 생활비와 자녀들의 학비를 보내며 기뻐하는 사랑방 식구들이 한명 두명 늘고 있다.
또 1인 1통장 갖기 사업을 통해 저축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고 있으며 저축액이 높은 사람은 월세방을 얻어 독립하도록 권하고 있다. 사랑방 식구중에는 입소 2개월 만에 월세방을 얻어 독립한 사람도 있는데 그가 살림장만에 재미를 느끼며 생활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어느 정도 재활기반이 마련된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찾아 스스로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쉼터가 많이 생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숙자들이 자립능력을 확보해 가정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또한 노숙자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생활이 어려운 실직자들을 미리 찾아내 생활보호 대상자로 선정하고 공공근로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직 노숙자 구호사업은 대대적 계획이나 홍보보다는 조용히 그들 한사람 한사람의 곁에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은 우리의 이웃인 실직 노숙자들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들에게는 이웃의 작은 사랑이 힘든 시기를 살아갈 용기와 힘이 될 것이다.
손명식<구세군 사회부 서기관·서울시 노숙자대책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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