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무대에서 활개치는 조직폭력배들의 행동강령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1천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일진회’라는 중고등학교 폭력서클 회원의 행동수칙이다.
최근 서울 Y, K중학교의 폭력서클 ‘일진회’를 수사한 검찰관계자는 이들이 성인 폭력조직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회원모집에서부터 행동양식과 조직운영에 이르기까지 조직폭력배와 다른 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신학기가 되면 싸움을 잘 하는 신입생을 골라 서클에 가입시킨다. 서클에 가입한 학생이 제일 먼저 거치는 절차는 학교 인근 야산에서 서클선배로부터 각목으로 1백대씩 얻어맞는 ‘신고식’.
매맞는 것에 단련돼 선생님으로부터 받을 체벌이 두려워 조직을 이탈하는 것을 막기위한 절차라는 것이 수사검사의 설명이다. 또 이들은 교내에서 선배들을 만나면 조직폭력배처럼 ‘선배님 안녕하십니까’라며 90도로 인사를 하고 선배가 지나간 뒤에야 고개를 드는 등 ‘모래시계’의 조직폭력배들을 흉내내고 있었다.
특히 K중학교 일진회의 경우 같은 학교 학생들로부터 금품을 갈취해 ‘상납’하는 조직체계까지 두고 있다. 1학년 회원 학생이 매일 충당해야 하는 액수는 5천원에서 1만원 정도. 이들은 할당액을 채우기 위해 등하교길이나 학교화장실에서 친구들을 상대로 돈을 뺏어 선배들에게 상납한다.
1학년은 2학년에게, 2학년은 3학년에게. 이렇게 상납된 돈은 서클 회장이 모두 모아 회원들을 노래방이나 호프집에 데려가는 데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위 ‘조직관리 비용’으로 사용한 셈이다.
최근 우리나라 초 중 고등학생 3천여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41.3%가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으며 84.4%가 학교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본청소년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집단괴롭힘(이지메)’의 원조(元祖)라고 할 수 있는 일본보다도 우리나라의 교내폭력이 더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검 강력부 김우경(金佑卿)과장은 “우리나라 학교폭력이 이렇듯 심각한 것은 독버섯처럼 뻗어 있는 교내 폭력서클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피해학생과 학부모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지역번호 없이 1588―2828)를 당부했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