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팔경 중 하나인 낙동강 끝 몰운대(沒雲臺)에서 아미산을 쳐다볼 때마다 다대동 주민들은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한다.
“아미산은 다대포를 지켜주는 성산(聖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내고 허리를 싹둑 잘라 아파트를 짓는다니 말이 됩니까. 아미산과 다대포해수욕장 낙동강 몰운대가 어우러진 이 절경을….”
㈜동방주택(대표 이영복·48)이 아파트 건립사업을 추진중인 부산 사하구 다대1동 아미산 일대 다대6지구. 97년 6월 사하구청으로부터 주택건설계획 사업승인을 받아 14만여평에 15∼20층 규모 63개동 4천1백1가구의 아파트를 건립키로 한 지역이다.
주민 이창수(李昌壽·63·북구 만덕동)씨는 “산림이 울창한 고지대인데다 경관이 수려한 자연녹지 지역에 아파트허가가 났다는 게 납득 되지 않는다”며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판 수서비리’라고 불리는 사하구 다대, 북구 만덕지역 택지개발(19만6천3백평) 특혜의혹 사건은 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시는 그해 11월 자연녹지지역인 다대 만덕지구를 주거용지로 반영, 건설부로부터 부산도시기본계획안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자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93년6월) 결과 만덕지구는 ‘산림보전’, 다대지구는 ‘양호한 산림과 해양가시권’이라는 이유로 택지개발예정지구에서 제외됐다. 그러자 시는 택지난을 들어 94년4월 도시계획재정비계획에 따른 공람(94년4월29일)을 거쳐 95년5월 자연녹지지역을 주거지역으로 고시했다.
동방측이 소유한 다대(14만평) 만덕지역(3만3천평) 17만3천여평은 재정비계획공람 전에 대부분 집중 매입됐기 때문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이성근자연생태부장(35)도 “도시계획정보가 사전에 누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구 만덕지구의 경우 계획면적이 공람 공고 후 당초(1만3천3백여평)의 3.8배(5만5백평)로 늘어난 것도 의혹을 샀다.
만덕2동 신순복씨(38·여)는 “면적도 문제지만 산림이 울창한 산꼭대기에 아파트허가가 난 것을 보면 ‘검은 거래’가 있었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만덕지구 사업은 3월에 건축허가가 났으나 아직 산림이 그대로 남아있다. 최근 주민의 극렬한 반발로 사업추진은 불투명한 상태.
의혹을 살 부분은 이밖에도 많다. 해발 50m 이상 고지대에서는 15층 이상 지을 수 없는 규정이 무시된채 만덕동(해발 200m)에 19층 건축허가가 났다. 다대지역(최고 해발 148m)도 해발 1백55m 이상의 건축을 제한하는 김해공항 항공안전관리구역 내. 그러자 정상 부근을 최고 27m나 깎는 무리한 절토를 조건으로 허가가 났다.
이 사업이 추진되는 동안 부산시를 거쳐간 시장은 3명. 도시기본계획 승인은 김영환(金英煥)시장, 동방주택의 땅 집중 매입은 정문화(鄭文和) 김기재(金己載)시장 재임때였으며 도시계획재정비계획안 최종 결정도 김기재시장 때였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합 박재율(朴在律·39)사무처장은 “철저한 감사와 수사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자연환경이 복구될 때까지 시민과 더불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도시계획과장인 부산시 이재오(李在五)건설본부장은 “용도전환 등 모든 게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면서 “특정인이 땅을 사고 파는 과정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기재전시장은 엉뚱하게도 공사석에서 “다대 만덕지구 문제는 수사를 해야만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다”고 주장, 의혹을 키워왔다.
동방주택 관계자는 “언론 보도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대책을 논의 중이다”면서 “이 사업에서 동방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 상세한 것은 이회장(이영복)만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춘식다대수습대책위원장(46)은 “주민들은 정치적 사법적 처리가 필요하다면 하루 빨리 처리되길 원한다”며 “15일 수습대책위원회를 열어 주민들 입장과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조용휘·석동빈기자〉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