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학원수강료등 「年20兆 사교육비」 특감

  • 입력 1998년 10월 13일 19시 51분


서울 강남의 A여고. 학부모들이 한반에 10여명씩 계모임을 만들어 매월 1인당 7만∼8만원을 모아 담임교사에게 식사대접을 하면서 돈을 건넸다. 이는 서울 강남에는 일반적인 사례.

경기도의 B초등학교 학부모 조모씨는 담임교사가 이유없이 학생을 때리고 벌주면서 전학을 시키겠다며 상담을 요구해 촌지를 전해주었다. 그 교사는 다음날부터 학생을 배려해주기 시작해 상까지 받게 됐다.

감사원 자문기구인 부정방지대책위가 13일 공개한 ‘초중등학교 부조리실태 및 방지대책’보고서에 나타난 일선 학교의 촌지유형들이다. 이는 △학생상담을 빙자한 ‘상담촌지’ △운동회 졸업식 등에 요구하는 ‘행사촌지’ △반장선거에 동원되는 ‘당선촌지’ △상받는 학생에게 요구하는 ‘수상촌지’ △예체능점수를 위한 ‘내신촌지’ 등 여러가지다.

부교재구입 수학여행 교복선정 과정에서 교사와 업자간에 이뤄지는 ‘채택비리’는 상당한 대형비리. 대구 C고의 경우 11만원의 학습지가격중 30%가 학교에 채택료로 제공돼 9천여만원을 교사들이 나눠가졌다.

‘공사비리’나 ‘인사비리’도 가지가지. 학교는 보통 시설공사비의 10∼20%를 리베이트로 업자로부터 받아 학교비자금으로 사용한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촌지가 많은 1, 2학년 담임을 맡으려고 교장에게 촌지를 상납한다. 또 교사승진을 위한 논문 대리작성에는 석사논문 2백30만원, 기타 연구논문 1백50만원이 ‘공정가’라고.

보고서는 특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OECD)자료를 인용, 우리나라 초 중등교사들의 봉급수준이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교원처우와 촌지를 연결시키는 것은 옹색한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부정방지대책위의 학교부조리 사례연구를 토대로 19일부터 연간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사교육비 경감대책 추진실태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한다. 1단계로 수도권의 일선 학교와 교육청을 대상으로 2주일간 현장감사를 실시한 뒤 내달중 교육부를 감사, 효율적인 정책개선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감사원 관계자는 “학원수강료 등 과외비를 포함한 학교밖 사교육비와 학교안에서 이뤄지는 학부모부담 경비의 원인을 분석해 사교육비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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