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건설 김중명(金重明)부사장과 ‘M&A브로커’ 김성집(金聖集)씨는 항도종금을 ‘먹기’위해 손자병법의 각종 전략과 전술을 모조리 구사했다. 그러나 “먹기만 하면 5백억원을 앉아서 챙긴다”는 헛된 꿈을 꾸던 그들은 결국 자멸하고 말았다.
‘승리’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풍부한 ‘자금’이었다. 이들은 이름뿐인 껍데기회사 명의로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건실한 한효건설이 배서를 해 현금 4백억여원을 마련했다. 3백80억원은 항도종금 주식을 사는 데 썼고 20억원은 로비스트들에게 ‘총알’로 지급했다.이들은 매입한 주식을 금융기관에 맡기고 이를 담보로 돈을 대출받아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수법으로 항도종금을 집중 공략했다.
우선 지피지기(知彼知己). 적을 이기려면 적의 약점을 제대로 알아야 했다.
김씨측은 항도종금 손영곤(孫永坤)관리본부장에게 “M&A가 성공하면 이사로 승진시켜 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거액을 주고 항도종금 대주주였던 서륭그룹의 내부비리와 정보를 건네받았다.
이어 자중지란(自中之亂)유도. 김씨측은 항도종금 노조위원장을 매수해 노조가 경영주의 부도덕성을 규탄하고 서륭그룹 임원들에 대한 퇴진운동까지 하도록 유도하는 등 분열을 책동했다.
다음은 성동격서(聲東擊西). 김씨 등은 자신들의 음모를 눈치챈 서륭그룹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관계기관에 진정서를 내며 반발하자 “서륭그룹의 불법대출 등 비리를 감사해서 처벌해달라”는 음해성 반대진정과 로비를 펼쳤다.
마지막 전략은 선전(宣傳)과 기만(欺瞞). 항도종금 소액주주로 위장해 서륭그룹측의 불법사실을 언론기관에 허위로 제보하고 지역 신문사 사장에게 유리한 기사를 부탁하며 돈을 건넸다.
그러나 이같은 온갖 전략과 전술에도 불구하고 김씨측은 ‘M&A’전투에서 ‘최종 패자’가 됐다. 건실했던 한효건설이 약속어음에 배서해준 책임으로 지난해 12월 부도가 나고 항도종금도 파산하는 바람에 매집한 주식도 모두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