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에서 3월경부터 편의점을 경영해온 L씨(33)가 최근 구청 단속을 당하고서 하는 말이다.
지난달말 청량리경찰서 한 형사가 밤늦게 매장으로 들어오더니 물건은 사지 않고 대뜸 “건전지가 비싸다”며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고 시비조로 물어왔다.
그는 “유통경로와 제품 종류에 따라서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고 설명했으나 형사는 언짢은 표정으로 매점을 빠져나갔다. 그날 이후 L씨는 “조만간 저 ‘구멍가게’를 문닫게 하겠다”는 등 그 형사가 주변 업소에 남기고 간 으름장을 두려운 마음으로 전해들었다.
15일경 오후 동대문구청 지역경제과 직원 3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줄자를 갖다대고 편의점의 평수를 재면서 매장안의 이곳저곳을 뒤적였다. 이들은 “가게에서 파는 물품에 가격표시딱지를 붙이지 않았다”며 “물가안정에 대한 법률위반으로 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안해진 L씨는 체인점 본사와 다른 편의점에도 알아봤으나 이런 일로 단속당한 사례는 없다는 얘기였다. 구청으로 전화를 걸어 항의하자 구청공무원들은 “우리도 이런 건으로 단속한 건 처음”이라고 털어놓으면서도 “경찰로부터 민원이 접수됐기 때문에 법대로 처리할 뿐”이라고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L씨는 “법규를 위반할 일이 거의 없는 일반소매점도 이렇게 하기 어려울줄 몰랐습니다. 가격표시 안하는 소매점이 90%를 넘고 그나마 아직 계도기간인데도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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