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전 2002」학교현장 반응]『뜻은 좋은데…』

  • 입력 1998년 10월 22일 19시 42분


총론에는 찬성, 각론에는 ‘갸웃’.

교육부가 21일 발표한 ‘교육비전 2002’에 대해 일선 교사들과 학부모 등 교육계는 입시전쟁터로 전락한 교육현실을 정상화시킨다는 개혁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현가능성 등 세부방안에는 회의(懷疑)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교사들은 수행(遂行)평가 도입을 찬성하면서도 “열악한 교육여건을 무시한 방안”이라며 반발했고 학부모는 “교사에 대한 신뢰없이는 ‘공염불(空念佛)’”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 평가기준 모호 ▼

교사들은 주관적 판단에 대한 부작용으로 주관식도 서술형보다는 단답형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서술식 평가가 어떻게 가능할지 의문을 표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이경희(李京喜)대변인은 “다양하고 공정한 평가기준을 개발하지 못하면 이번 개혁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용능력 부족 ▼

교사들은 학생생활기록부를 ‘서술식 파일’로 바꾸는 것에 대해 한반에 50명씩하는 학생들의 성격 적성 등을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학생들의 다양한 교내활동과 방과후 활동을 수용할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계중 장모교사(35)는 “학과공부중심으로 운영하느라 외면돼온 운동장이나 체육시설의 대폭 확충이 당장 필요할 것”이라며 “다양한 서클룸과 부대기자재도 요구되지만 학교재원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 교사·학부모간 신뢰 ▼

교사나 학부모 모두 서로간 믿음이 무너진 상태에서 아무리 객관적 평가를 해도 받아 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분위기다. 참교육학부모회 오성숙(吳星淑·45)회장은 “학교운영위원회가 구성돼도 돈많은 학부모들로 채워져 ‘치맛바람 잔치’가 될 것이 뻔하다”며 “새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촌지수수 등과 관련된 문제 교사와 실력없는 교사를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학교간 학력차 ▼

비평준화지역 고교와 특목고 교사들은 “일반고와 특목고 학생간의 성적차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영재교육은 포기하는 셈”이라고 반발했다.

대일외국어고의 한 교사는 “정부가 말로는 21세기가 전문화 일류화 무한경쟁시대라고 하면서 정작 교육에서는 영재교육을 포기한 느낌”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윤상호·성동기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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