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그룹은 그후 근 1년간 그룹의 공중분해 해외매각 등 갖가지 루머를 극복하고 최근 은행권의 출자전환 약속으로 기업회생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97년 5월. 해태관련 주식이 갑작스레 모두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결국 증권정보를 알리는 전화사서함에 해태가 망한다는 소문을 퍼뜨린 한 개인의 악의적 장난때문이었음이 밝혀졌지만 상황은 심각했다.
당시 한보사태가 터져 시중자금이 경색돼 있는 터라 종금사들이 과민하게 반응해 자금회수를 시작한 것.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지불한 돈만 2천여억원. 9월들어 매출실적이 떨어지면서 자금압박이 시작됐고 때마침 한보에 이어 진로 기아가 무너져 시중 자금시장이 극도로 혼란해져 은행대출이 막히면서 결국 부도를 피할 수 없었다.
부도직후 29개 종금사로부터 1천5백억원의 긴급대출을 받았지만 실제로 돈은 한푼도 해태에 넘어오지 않았다. 주 종금사였던 한도종금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연이어 2,3개 종금사가 문을 닫았기 때문.
그리고 6월 들어선 조흥은행에 의해 그룹해체가 발표됐다.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마지막 보루였던 영업조직망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어려운 내부사정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호조를 유지한 것. 올해 5월엔 7백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창사 이래 최대의 월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직원들이 아이스크림통을 메고 거리판촉에 나섰고 노조는 일찌감치 모든 권한을 회사에 일임했다. 임원진도 보너스를 자진반납하며 주야로 회사살리기에 동참했다.
8월말 들어 해태는 기업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채권은행단이 해태의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해태제과의 출자전환에 극적으로 합의했기 때문. 음료나 유통 등 다른 계열사는 실사후 해외매각으로 가닥이 잡혀 그룹몸집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나 그룹 내에서는 ‘해태’의 이름을 살릴 수 있다는데 일단 만족하는 분위기다.
해태의 임직원들은 지난 1년간의 고행을 재도약을 향한 선채찍으로 받아들이며 해태상(像)의 새로운 포효를 준비하고 있다.
〈정재균기자〉jung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