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검장은 그 이유에 대해 “수사검사들이 연일 밤을 새우며 고생했지만 시간도 부족했고 수사상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다”며 “수사발표 전날(25일)까지도 피의자 조사를 했을 정도”라고 설명.
그러나 박지검장은 “이번 발표는 ‘중간’수사결과 발표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면서 “필요하면 이회성(李會晟)씨를 재소환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
○…‘총격요청 3인방은 구속기소하고 배후세력은 계속 수사하겠다’는 수사결과의 밑그림이 발표 전에 흘러나간 탓에 취재진들의 관심은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새롭게 밝혀낸 것이 무엇이냐’에 집중.
검찰도 이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뭔가 ‘하나’는 있다. 그러나 발표때까지 한 마디도 해 줄 수 없다”며 잔뜩 뜸을 들였는데 그 ‘하나’가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의 특수직무유기사건임이 알려지자 수사 발표장은 완전히 김빠진 분위기.
한 법조인은 “이미 북풍사건으로 징역5년이 선고된 권전부장에게 죄목 하나를 더 첨가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뉴스거리냐”며 비아냥.
○…공식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이른바 총풍 3인방의 북한측에 대한 요청내용이 ‘무력시위’냐 ‘총격요청’이냐는 것이 쟁점이 되자 검찰관계자는 “무력시위는 총격요청까지를 넓게 포괄하는 개념이므로 두 용어간에는 큰 차별이 없다”는 반응.
그러나 한 관계자는 “3인방이 국내에서 모의할 때는 ‘꽝’하게 크게 터뜨려야 한다는 등 구체적으로 총격을 요청했지만 베이징(北京)에서는 ‘무력시위’라는 포괄적인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
○…안기부 조사에서 혐의사실을 순순히 시인했고 검찰에 송치된 뒤에도 총격요청 모의와 베이징에서 이를 실제 요청했다는 것을 모두 털어놓았던 3인방은 10월1일 총격요청사건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뒤 갑자기 진술을 바꾸는 바람에 검찰이 고전했다고. 검찰관계자는 “고문주장을 계기로 한나라당 인사와 가족들의 면회가 이어지면서 이들이 증거가 명백한 사실조차도 모두 부인하는 바람에 수사에 큰 애로를 겪었다”고 토로.
〈하태원·부형권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