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교통사고로 급작스레 사망한 박필수전상공부장관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중앙병원.
주말 내내 많은 조문객이 찾아와 갑작스레 유명을 달리한 박전장관을 비롯한 고인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지만 그중에서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 몇명의 애도는 한층 절실해 보였다.
이들은 60, 70년대 박전장관과 함께 당시 수출진흥정책을 최일선에서 추진했던 옛 상공부 부하직원.
대부분 경제부처에서 고위직을 지내고 지금은 현직에서 물러난 ‘원로’들이었지만 박전장관을 아직도 ‘과장님’으로 불렀다.
유난히 엄격한 상관이었지만 한편 당시로서는 드물게 부하직원들과 토론을 즐겼던 ‘박과장님’.
“당시 우리는 오직 수출진흥과 경제발전 외에는 정말 아무런 관심이 없었죠. 무척 힘들었지만 보람과 긍지도 대단했습니다.”
그 뒤 각자 국장 실장 차관 장관 등으로 신분이 변했지만 과장 계장시절에 같이 나누었던 정열과 고락이 여전히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는 게 이들의 회고였다.
“떠나기 몇시간 전에도 점심을 함께 하면서 어려운 경제사정에 대해 걱정하는 말씀을 하셨는데….”
한 인사는 박전장관과 헤어진 후 몇시간만에 들려온 부음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또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고인들은 그때처럼 각 경제주체가 합심해 열심히 일하면 이런 위기쯤은 거뜬히 이겨낼 것이라고 평소 자주 말하셨습니다.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때 그분들도 지하에서 편하게 눈을 감으실 것입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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