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에는 “책임소재가 애매한 경우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약관을 해석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카드사들이 이를 무시하고 카드약관을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분실신고 지연▼
회사원 L씨(33·인천 오정구 오정동)는 1월7일 오후5시반경 신용카드가 없어진 사실을 발견하고 즉시 분실신고를 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미 3백71만원어치를 부정사용해버렸다. 오전1시경 귀가길 택시안에서 카드를 도난당한 것.
이씨는 카드사측에 보상을 신청했지만 카드사는 ‘지연 신고’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결국 이씨는 3월 소비자보호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냈고 4월8일 부정사용 금액중 10%만 이씨가 부담하고 나머지 90%는 카드사가 보상하는 것으로 해결됐다.
▼양도 대여▼
주부 J씨(32·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는 6월4일 지갑속에 넣어둔 남편의 신용카드가 사라진 것을 알고 분실사실을 카드사에 알렸다. 열흘전(5월26일) 집근처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남편 카드로 월급의 일부를 찾으면서 잃어버린 것.J씨는 부정사용된 95만원에 대해 보상을 요청했으나 카드사측은 “남편 카드를 이용한 것은 ‘본인외 사용’, 즉 양도에 해당한다”며 거절했다. 그러나 J씨는 소보원에 구제신청을 해 한달 뒤 “아내가 남편 통장에서 월급을 찾는 것까지 ‘본인외 사용’으로 보긴 어렵다”는 이유로 80%를 보상받았다.
▼미서명▼
카드회사들은 분실카드 부정사용에 대해 “가입자가 카드뒷면에 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습득자가 부정사용했다”며 실제 서명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가입자의 과실로 몰아 보상을 거부하는 사례도 많다. 약관상으로 미서명은 가입자 책임으로 되어있다.
25일 소보원에 따르면 전국의 신용카드수가 4천7백여만장으로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한 분쟁도 해마다 급증해 올들어 9월까지 신용카드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1백5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18건에 비해 27.1% 증가했다.
〈이호갑·성동기기자〉gdt@donga.com